요 며칠 사이 몹시 급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제 저녁에는 거의 날을 새다 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멀리 대전까지 갔다 왔더니만
급기야 어제 오후부터 조금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군요.
오늘도 오전 내내 몸이 아파 집안에서 빈둥거려야 했습니다.
오후가 되어서야 기운을 챙겨야 되겠다 생각되어
아내와 함께 서리풀 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서리풀 공원에는 늦은 단풍이 마지막 고운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서리풀 공원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시작하여
검찰청의 뒷동산(미도 뒷산)과 대법원 뒷산에 있는 몽마르트르 공원을 거쳐
전철 2호선의 방배역 인근에 있는 청권사(효령대군묘)로 이어지는 야산입니다.
총길이는 3.2킬로 쯤 된다고 합니다.
미도뒷산과 몽마르트르 공원 사이에는 누에다리라는 명물도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공원 전체를 돌아보려면 빨리 걸어도 대략 1시간 반 정도가 걸립니다.


우리는 셀카봉을 들고 다니며 몇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11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는지라 단풍은 거의 막바지였습니다.
우리집은 지금 굉장히 큰 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나릴래의 수능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온 것이죠.
나릴래는 작년 입시에 실패하여 한해 동안 재수를 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서리풀 늦은 공원의 단풍 속을 거닐며
나릴래의 입시에 대해 두서 없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입시가 목전에 다가섰으니 새삼 특별히 긴요하게 나눌 현안 화제는 없죠.
얘기를 나눴다기보다 함께 다니며 서로 간 마음 속의 걱정과 두려움을 달래준 셈입니다.
저나 아내나 나릴래가 어떠한 성적을 받게 될지 몹시 초조하고 떨리는 상태거든요.


낙엽 수북히 쌓인 11월의 산길을 걸으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더군요.
나릴래가 성실하게 공부했으니 그에 합당한 성적이 나올 거라는 기분도 들고요.
우리는 서리풀 공원을 다 돌지 못했습니다.
워낙 늦게 나오기도 했으려니와
제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라서 산길을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오르더군요.
30분 남짓 걷고 보니 어느 새 주변엔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했습니다.

서리풀 공원은 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봄에는 산 모퉁이길마다 벗꽃과 산딸나무, 산수유, 진달래, 철쭉 등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길가에 참나리와 원추리가 피고 머리 위로 울창한 수목이 그늘을 드리웁니다.
또 가을에는 위 사진들에서 보이듯 곱게 단풍이 들고요.
그래서 멀리서부터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들었습니다.
우리집은 서리풀 공원에서 채 100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지만
부부가 함께 산책하게 되는 일은 굉장히 드뭅니다.
우리는 호젓한 11월의 단풍 길을 걸으며 앞으로 자주 찾아오자고 약속했습니다.
뭐 그렇게 말하고 제대로 이행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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