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진(龔自珍)의 <기해잡시(己亥雜詩) 5>
浩蕩離愁白日斜(호탕리수백일사) 태양이 기울어 가는 황혼녘 호탕하게 근심을 떨쳐버리고
吟鞭東指即天涯(음편동지즉천애) 말 몰아 동쪽으로 향하니 하늘 끝이로다.
落紅不是無情物(낙홍불시무정물) 떨어지는 꽃잎은 무정하지 않아....
化作春泥更護花(화작춘니갱호화) 봄의 퇴비으로 변하여 다시 꽃을 지켜 주리니.
공자진(1892∼1841)은 청말의 시인이자 개혁 사상가입니다. 아편전쟁의 영웅 임칙서, ≪해국도지(海國圖志)≫의 저자 위원(魏源) 등과 함께 문학 모임(宣南詩社)을 만들어, 청조에 대해 개혁을 주장하였던 것으로 유명하죠.
위에 적은 시는 공자진이 기해년(1839)년에 지은 315편의 연작시인 <기해잡시> 가운데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48세가 되던 해인 1839년, 그는 북경에서의 관직 생활을 마치고 낙향합니다. 이 시는 이때의 감회를 적은 것입니다.
이별이란 슬픈 것입니다. 익숙한 환경,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언제나 마음 아프죠. 하지만 이별은 한편으로 새로운 생활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옛것, 옛사람에게서 벗어나 새로이 출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공자진은 청조에서의 관료 생활이 지겨웠습니다, 청조가 너무도 무능하고 부패하였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아무리 개혁을 주장해도 묵묵부답, 받아들이지 않는 정부에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관직을 벗어던지고 그 굴레에서 헤어나온다는 것은 그에게 적지 아니 기쁨을 주었습니다. ‘호탕하게 근심을 떨쳐버리니’ 란 구절은 이러한 심경을 보여줍니다. 이글거리는 태양(白日)과 하늘 끝(天涯)이란 낱말도, 새로운 희망과 열의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시를 불후의 것으로 만드는 부분이 제3, 4 구절입니다. “떨어지는 꽃잎은 무정하지 않아, 봄의 퇴비로 변하여 다시 꽃을 지켜 주리니.” 이 구절은 국가를 위한 무한한 헌신을 읊은 부분이라고 해석되어 집니다. 떨어지는 꽃잎마냥 이름 없이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겠노라 다짐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질 터이지만, 그러한 희생을 바탕으로 미래의 조국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 노래하고 있습니다.
근현대 중국의 역사는 험난하였습니다. 1839년의 아편전쟁 이래 중국은 구미 열강의 압력에 무기력하게 굴복하였습니다. 20세기가 되면 이웃나라 일본의 침략을 받고 반식민지 상태에 떨어져 버립니다. 만주는 중국에서 떨어져 일본의 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험난한 근현대 중국의 역사는 청년과 지식인으로 하여금 학교와 서재를 떨치고 나와 혁명에 투신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중국을 굴욕에서 구하기 위해, 중국을 영광스러운 나라로 만들기 위해 싸우다가 이름 없이 스러져 갔습니다.
혁명에 투신한 지식인들에게 가장 사랑을 받았던 싯귀의 하나가 위의 3, 4구절입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 꽃다운 나이로 기꺼이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리고 이 구절처럼 자신의 희생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고, 무정한 것이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그 희생을 바탕으로 언젠가 조국이 새 봄의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라 꿈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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