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別(송별)
范雲(범운)
東風柳線長(동풍류선장), 봄 바람에 버드나무 가지 날리는 날,
送郎上河梁(송랑상하량). 다리 넘어 멀리 그대를 떠나보냅니다.
未盡樽前酒(미진준전주), 단지 속 술이 다 떨어지기도 전
妾淚已千行(첩루이천행). 제 눈물은 천 줄기나 흘러내렸죠.
不愁書難寄(불수서난기), 제 편지가 닿지 않을까 걱정하지는 않아요.
但恐鬢將霜(단공빈장상). 다만 그대 기다리다 속절없이 백발이 되어 버릴까 두렵답니다.
望懷白首約(망회백수약), 끝까지 함께 하겠다 맹세하신 것 생생히 기억해요.
江上早歸航(강상조귀항). 어서 저 강 너머 그대 태운 배가 돌아오면 좋겠어요.
중국 역사상 최대의 혼란기였던 위진남북조 시대 범운(451-503)이란 문인이 지은 시입니다.
범운은 남조 정권에서 활동하여 관직이 부재상까지 올랐습니다.
그가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는 황제(梁의 武帝)가 몸소 문상을 왔다고 합니다.
시호는 문공(文公), 전근대 지식인으로서 가장 영예로운 칭호를 받았습니다.
시의 주인공은 남편을 멀리 떠나보내는 여인네입니다.
산들바람 부는 쾌적한 봄날, 만물은 봄을 맞아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지만,
이 여인은 홀로 가슴 미어지는 슬픔을 떠안아야만 합니다.
이별이란 언제나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봄에는 떠나는 님이 더 야속하게 여겨지겠군요.
봄날의 시원한 바람 속에서 떠나가는 사람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듯 보일 테니까요.
이별의 슬픔 때문에 여인은 떠나는 사람을 마주볼 수 없습니다.
이별의 술 자리에서도 여인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립니다.
그러면서도 떠나가는 님 앞에서 ‘첩’이라고 자신을 낮추고 있습니다.
남자는 떠나가도 여인은 잊을 수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마음을 담아 그에게 편지를 적을 작정입니다.
아마도 그는 답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인은 그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 아니 마음을 적어 보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하지만 무정한 남자는 여인의 머리가 백발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남자와 여인은 단단히 사랑을 맹세한 적이 있습니다.
‘이 세상 끝까지 사랑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백발이 되도록 함께 살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다 그렇듯, 여인은 그 마음 그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봄 바람 속에 홀연히 떠나가 버렸습니다.
사랑의 맹세, 특히 남자의 약속은 허망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남자가 마음을 돌린 다음에도, 자신의 곁을 떠나간 다음에도,
여인은 그 다짐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남자가 탄 배가 강 너머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시에 나타난 여인의 착하고 슬픈 사랑이 우리를 울리는군요.
여인은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들의 마음은 왜 쉽게 바뀌어 가는 것일까요?
이 시를 읽으며 문득 체호프의 소설 <의자를 고치는 여인>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이 떠오릅니다.
“진정 사랑을 아는 건 여자들 뿐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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